6월 25일, 민들레 학생들이 하고 있는 라디오 제작 프로젝트 '민들라디오'에서 저에게 라디오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육문육답이라는 이름의 코너의 첫 인터뷰이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대본을 작성하게 되어 기록으로 남깁니다.
1. 오디세이/공간 민들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민들레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비영리교육단체로, 청소년과 청년의 진로교육과 지역을 교육공동체로 변화시켜 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서울시에서 지정한 ‘서울형 대안교육기관’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1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시 교육청과 협업하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1년 동안 입시가 아닌 삶의 힘을 키우는 시간을 갖는 ‘오디세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진로교육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청년진로연구모임 ‘사이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청년인생설계학교 운영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북문화재단과 함께 청소년&청년마을학교인 성북라운드스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영리교육단체 민들레는 출판사로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1998년 민들레 출판사가 만들어지고 냈던 첫 책 <학교를 넘어서>와 1999년 1월에 창간된 격월간 <민들레>를 보고 출판사로 청소년들이 찾아오게 되는데요, 이 청소년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배움을 이어나가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2001년 ‘민들레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비영리교육단체로 등록하게 됩니다. 2006년에는 민들레에 머물던 청소년들의 요구로 1년의 길찾기 교육과정을 운영하였고, 이 과정의 이름을 ‘공간민들레’로 합니다. 10년 정도 1년의 길찾기 과정을 운영했던 2014년,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을 받아 오디세이학교 협력기관으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디세이민들레는 공간민들레에서 시작을 하게 된거죠. 그래서 두 교육과정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두 교육과정 모두 1년 동안 프로젝트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가르침을 받는 자’가 아닌, ‘배우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두 교육과정의 차이는, 공간민들레는 학교 밖 청소년을 오디세이는 서울지역의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과 오디세이민들레는 학력인정과정으로 일반교과 수업이 있고, 공간민들레는 학력인정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운영된다는 점이 있습니다.
2. 왜 오디세이/공간 민들레 길잡이가 되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가족, 선생님 등 주변의 추천에 따라 컴퓨터공학과로 대학을 진학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막연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배워 보니 제가 일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청소년시기 내내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장래희망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 분야는 아니다’ 싶었을 때 멘붕에 빠지게 됐죠.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나는 진로교육의 실패자구나”.
대학생 때는 공부에 손을 놓고 하고 싶은 것을 따라 살았어요. 밴드 활동와 학생회 활동을 했죠. 어느덧 졸업반이 됐고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 때 들었던 생각이 두 가지가 있었어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변하지 않는 학교와 사회 구조를 바꾸고 싶은 것과 진로교육의 실패자로서 후배들이 나와 같은 진로탐색의 실패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이 두 가지 접점이 수렴된 게 대안교육이었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25살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었죠.
주변의 정보를 구하고 발품을 찾다가 민들레를 만났고, 인연이 이어져 길잡이 교사가 되어 지금까지 일하게 됐습니다.
3. 홈페이지에 스스로 배우기, 넘나들며 배우기, 서로 배우기, 하면서 배우기 4가지의 교육 원리가 소개되어있는데, 이 원리에 대한 대표적인 활동을 알려주세요
말씀하신 교육 원리는 ‘프로젝트 활동’의 교육 원리입니다. 민들레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 바로 ‘프로젝트 활동’입니다.
최근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 기술발전이 가속화 되면서 미래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올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죠.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마주하게 될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민들레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항상 고민하는 주제인데요, 저희 생각은 이렇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올지 파악해서 거기에 대비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그 세상에 적응하여 자신의 진로를 찾아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요. 그 힘을 기르는 주요 활동이 바로 ‘프로젝트 활동’입니다.
‘프로젝트 활동’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1년의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활동입니다. 교사가 활동 목표를 정해 놓고 거기까지 이끌어 가는 방식이 아닌, 학습자들이 스스로 그리고 서로 공부하고 협력하며 진행시켜 나가죠. 그 과정에서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과목이 나눠지지 않고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학교 공간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활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은 기획하고 시뮬레이션 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결과물을 만드는 것까지 실천적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말씀드린 이 모든 과정에 4가지 교육 원리가 녹아 있는 것이죠.
진로는 바꿔 말하면 인생을 기획, 실행, 평가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1년 동안 기획, 실행, 평가해보며 진로탐색역량을 기를 수 있는 것이죠.
4.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는 교육 활동은 무엇인가요?
삶의 의미는 누가 찾아주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찾아야 하는 것이죠. 1년만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민들레 1년 동안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 사유하는 힘, 질문하는 힘, 비판적으로 보는 힘, 기획하는 힘, 협업하는 힘-을 기르는 활동을 합니다. 어떤 특정 활동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활동이 앞에서 얘기한 교육 원리를 가지고 위의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 학생들이 삶과 배움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시나요?
학기초에 학생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게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입니다. 많은 교사(어른)들을 어렵게 하는 질문이죠.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청소년 시기의 배움은(넓게 봐서는 대학 학부 공부까지) ‘기초 교양’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앞으로 자기가 무슨일을 하든지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될 수 있는 교양들이죠. 예를 들어, 음악을 하고 싶은 학생에게 필요한 능력이 단지 음악 이론이나 악기나 장비를 다루는 기술만은 아닐 것입니다. 인문학 소양,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의 스토리를 대중에게 펼쳐내기 어렵겠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방식이 음악일 뿐, 기초 교양 없이는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걸 배워서 어디에 써 먹을 수 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입시를 위한 석차 산출 목적 외에 배움으로 해석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의 목적이 오로지 입시를 위한 것이면 입시 이외의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되지만, 진로탐색역량을 기르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모든 일상의 자극들이 배움이 될 수 있죠.
모든 교육은 진로교육이고, 진로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답한 프로젝트 활동도 대표적인 노력이고, 민들레 모든 활동이 일상의 자극을 배움으로 해석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슴드리면 제가 앞서 민들레 1년 교육과정은 진로교육과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민들레에서 1년을 지냈을 때 청소년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목표는 ‘배우기를 배운다’입니다. 진로는 누가 찾아주는 것이 아니죠. 스스로 찾아나가야 하죠. 그리고 진로 고민은 첫 직업을 정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배움으로 해석하여 조금씩 나아가려고 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태도는 반복적인 시도를 통해 몸에 체득되는 것이지 어느 한 순간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래서 민들레의 특정 교육 활동이 아닌, 모든 활동들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자극이 될 수 있도록 세팅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길잡이들과 강사들이 협력하여 청소년들이 민들레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자극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배움으로 해석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죠. 1년 동안 청소년들이 다양한 자극들을 배움으로 해석하는 연습을 하고 민들레를 떠나게 되는데, 이후의 삶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민들레에서 연습했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소식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6. 길잡이로 계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매 년 민들레를 그만두겠다고 100번쯤 말하는 친구들이 몇 명씩 있습니다. 실제로 그만 두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우여곡절 끝에 1년을 마치게 되죠. 수료식 때 그런 친구들이 죄송했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싹 잊혀 집니다 ㅎㅎ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학생으로 만났던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 찾아오고 같이 술도 한 잔 하고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신기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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