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배경
청년세대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경제적으로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라는 수식어가 많은 것들을 설명한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어려움이다. 현재진행 중인 청년세대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고, 내년 3월에 있을 대선에서 주요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까지 그 얘기를 할 필요는 없겠다.
오히려 나는 1980~90년대에 태어난 장점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내가 체감하는 가장 큰 장점은 기술발전의 과도기를 온전히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50대 이상분들도 경험을 했지만, 현재의 청년세대는 가장 변화의 흡수가 빠른 10~20대 시기에 경험을 했기 때문에 윗 세대보다 기술발전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차이가 크다. 특히 게임과 게임문화를 받아들이는 차이가 크다. 내 또래의 주변 남성들을 보면 어린이, 청소년기를 게임과 함께한 시간이 많다.
1990년대가 되면서 PC(Personal Computer)라는 이름에 걸맞게 관심 있는 가정이면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컴퓨터가 상용화되었다. MS-DOS에서 '페르시아 왕자', '대항해시대2', '삼국지 무장쟁패'와 같은 게임을 하던 기억이 난다. 비디오 게임기 또한 널리 보급이 되어 친구 무리들 중 한두 명은 갖고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현대 컴보이를 보유하고 있는 집이었다. 형제끼리 게임을 하다가 얍삽이에 패배하고 화가 나서 패드를 집어던져서 고장 나는 일은 우리 집만의 일은 아니었다. 그 시절 학생들은 문방구 앞 게임기나 오락실에서 많은 보내기도 했다. 98년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하면서 피시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아마도 십 대 시절을 컴퓨터 앞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세대라고 얘기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십 대 성장기를 게임과 함께 보낸 사람들이 갖는 장점은, 기술 발전과 함께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에 함께 했기 때문에 게임이 생활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이전 세대, 이후 세대(게임뿐만이 아니라 할 게 엄청 많아지기도 했고, 모바일 게임 경험은 피씨나 비디오게임의 경험과는 다르다. 이 주제로도 나중에 글을 써봐야겠다)와는 달리 게임에 진심이었고 게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경험을 했다.
교육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청소년 시절에 어떻게 배우고 성장했는지 생각해 볼 때가 많다. 학교 공부를 통해 배운 것도 많지만 공부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놀이의 경험이 지금의 내가 되는데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M세대(현재 30대), 25년 차 게이머 그리고 교육기획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콘텐츠라는 생각이 든다.
● 소개하며 제안한다. 기왕이면 교육적인 게임을 하자
어린이·청소년을 양육하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게임이란, 어린이·청소년들이 하도록 권장하기 보다는 가급적 금지해야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봐도 그랬다. 다행히 초등학생 때는 게임 때문에 부모님과 큰 마찰은 없었지만, 중·고등학생 시기에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게임좀 그만해라"였다. 당시의 나는 '스타크래프트'에 과하게 빠져 있긴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스타 한 판을 했고 시험 기간에 공부하다가도 쉬는 시간에 한판씩 할 정도였으니...
청소년 시기에는 부모님 얘기가 잔소리였지만 지금 현재의 나는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교육자로서, 보호자들의 그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됐다. 게임보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다른 많은 것들을 있음을 아이들이 경험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보호자들 중에는 아예 게임을 금지하고 싶은 분도 계시겠지만 이미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게임이 없는 삶은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고자 한다. 아이들에게 게임이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면, 킬링타임용이나 재미만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라 기왕이면 교육적인 게임을 할 수 있게 권장하면 어떨까?
근데 게임이 교육적일 수 있나?
● 게임이 교육적일 수 있는 이유
여기서 이야기 하는 '교육적'인 것이 뭔지에 대한 전제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나는 교육이라는 단어를 넓은 의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교육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가 되게 만드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특정 기술을 키우는 것이 단편적인 교육이라면 다른 욕구와 기대로 확장, 연결시키는 것은 입체적인 교육일 것이다. 여기 기획 리뷰에서는 입체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교육적'이라고 하고자 한다.
21세기에 세계적으로, 특히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준 학자를 꼽자면 '유발 하라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중요하게 담겨 있는 내용으로 '이야기'의 힘을 강조한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규모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이었고, 그것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같은 이야기를 믿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이야기를 생산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글과 그림을 이용한 전통적인 방법부터 최신 CG, VFX가 가미된 영화와 드라마, 게임등이 있다. 게다가 2차원적인 평면 감상을 넘어 3차원 AR, VR의 경험이 추가됐고 시청각을 넘어서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적어졌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글이 갖는 힘을 인정한다. 최근에는 OTT의 부상과 함께 영화, 드라마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게임의 진가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게임은 다른 매체에 비해 독보적인 특징이 있다.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는 이야기를 관찰하는 경험이라면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작가가 짜 놓은 이야기를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인공인 나의 선택에 따라 전개와 결말이 달라진다. (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인 RPG(롤플레잉)의 경우) 게다가 최근의 게임 엔진과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정말 몰입감 높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이 되는 강렬한 경험인 만큼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효과 또한 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사람들이 화상으로 연결되는 것을 가속화시켰고,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10년 이내에 웨어러블 기기의 경량, 소형화로 VR이 일상화 되게 된다면 현실과 메타버스를 넘나들며 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게임이야말로 메타버스와 가장 가까운 경험으로, 새로운 상상을 펼쳐내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표현을 빌려본다면, 게임은 메타버스 세상의 '오래된 미래' 아닐까?
● 내용
- 간단한 게임 소개
- 추천 이유, 아쉬운 점
- 총평 : 얼마나 교육적인 게임인지
- 기타 (활용법, 기대효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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